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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the ‘2011 1월호-기사’ Category

흥미로운 실내악 편성 작품

클라리넷·바순·호른, 현악 5중주를 위한 8중주

윤이상의 1978년 작품인 ‘8중주’는 신고전주의적인 음악 양식이 자리를 잡은 작품으로, 이것은 슈베르트의 ‘8중주’와 똑같은 편성이다! 클라리넷을 베이스 클라리넷으로 연주해야 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후에 ‘실내 교향곡 1번’(1987)을 하이든의 교향곡 45번 ‘고별’(1772)과 같은 편성으로 작곡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이상의 ‘8중주’는 슈베르트의 8중주와 어떤 음악적인 연관성이 있다기보다는 ‘8중주’라는 이름에 대해 작곡자 자신이 갖고 있는 개인적인 관념일 가능성이 많다.

글·송주호(음악칼럼니스트)

한 작곡가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고 싶을 때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그의 작품을 직접 인용하는 방법일 것이고, 혹은 그 대상이 연상되는 제목을 붙일 수도 있다. 좀더 숨기고 싶다면 그 작곡가가 자주 쓰던 조성이나 빠르기말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편성으로도 무엇인가를 상징할 수 있고 누군가 떠오르게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교향곡에 합창을 넣으면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에 대한 오마주로 여겨지고,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나 첼로를 위한 모음곡은 바흐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리고 바그너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싶으면 브루크너처럼 바그너 튜바를 쓰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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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 다가가기 ⑪

현대음악의 인물들 (6) 메시앙

 

메시앙의 독특한 풍모는 그의 다채로운 경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유능한 작곡가이자 훌륭한 선생이었으며, 해박한 조류학자인 동시에 뛰어난 오르간 연주자였다. 그는 다양한 취미와 학식 그리고 재능을 두루 갖춘 매우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그의 관심은 다방면에 걸쳐 폭넓게 이루어졌다. 그는 이국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 고대 그리스 음악뿐만 아니라 인도의 힌두음악과 같은 동양음악에도 심취해 있었다. 메시앙의 이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그로 하여금 리듬과 선법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하도록 이끌어줬다.

글·임현경(음악평론가)

나치의 탄압 속 피어난 새로운 음악

메시앙은 현대음악의 인물들 중에도 매우 독특한 위치와 풍모를 지니고 있는 작곡가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초토화된 유럽에 남아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던 20세기 음악의 최전방에 서있는 젊은 작곡가 그룹을 선도해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나치에 의해 전쟁에 휘말렸던 유럽은 문화와 예술의 영역에도 엄청난 변혁을 겪지 않으면 안됐다. 히틀러가 주도하던 나치정권은 아리아인의 우월성을 내세우며 다른 민족을 탄압했다. 그들은 예술 활동도 자신들의 정책에 맞는 것만을 허용했다. 그것은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유태인 음악가들을 탄압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주의에 물든 음악이나 실험적인 음악을 금지시켰다. 이러한 압제를 피하기 위해 쇤베르크·바르토크·힌데미트·스트라빈스키와 같은 현대음악의 거장들이 대거 미국으로 이주했다. 메시앙은 전쟁 중에도 미국으로 이주하지 않고 유럽에 남아 20세기 후반의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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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현악 전곡 시리즈

 

바르토크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바르토크는 이렇게 말했다. “민속 음악은 탁월한 구성 능력이 있는 사람에 의해 높은 경지에 이르러야, 또한 이로 인해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예술적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 말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평이 되었다. 바르토크는 서양 음악 역사상 민속 음악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가장 탁월한 작곡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헝가리의 민속 음악은 지역적·음악적 울타리를 벗어났다. 바르토크의 투박한 발과 정교한 손에 의해.

1. 개요 및 배경   

바르토크의 작품 목록에는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라는 이름을 가진 작품이 모두 여섯 곡이 있다. 이 중 첫번째 작품은 1895년에 작곡된 ‘바이올린 소나타 c단조’로, 작곡가는 이 곡에 두 번째 작성한 작품번호로 ‘Op.2’를 부여했다. 두 번째 곡은 2년 후에 작곡된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로, 이 곡에는 ‘Op. 17’이 붙여졌다. 하지만 이 두 곡은 세 번째 작품 번호가 작성되면서 누락되었는데, 작곡가 자신이 이들을 습작 수준의 작품으로 본 듯하다. 세 번째 소나타는 앞에서 언급했던 1903년 작품 ‘바이올린 소나타 e단조’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바르토크의 모습보다는 일반적인 낭만 음악의 특징을 강하게 갖고 있다. 작곡가는 이 곡에 작품번호를 부여하지 않았다.

글·송주호(음악칼럼니스트)

2. 작품 분석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던 바르토크는 제1차 세계대전 후에 미국과 영국·프랑스 등지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가던 중에 헝가리 출신의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젤리 다라니와 만나게 되었다. 그는 다라니와 함께 연주 여행을 하기 위해 1921년과 1922년에 각각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1번과 제2번을 작곡하고, 이 두 작품을 다라니에게 헌정했다. 이 소나타들은 바르토크가 민속적인 요소와 함께 표현주의 음악 어법, 드뷔시의 인상주의 기법, 쇤베르크의 12음 기법 등 당대의 현대적인 음악 어법을 음악적 소재로 다룬 시기에 작곡된 작품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글·서주원(음악칼럼니스트)

3.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    

“헝가리적 에스프리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소리와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으면서도 멜랑콜리한 느낌을 잘 드러낼 수 있다면 훌륭한 바르토크 플레이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헝가리와 한국은 정서상으로 상통하는 점이 있고 그러한 연유로 한국 연주자들에게 바르토크는 서유럽 음악보다는 좀더 자연스럽게 와 닿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4. 추천 음반

19세기부터 그 영향권에 있는 20세기 초반에 태어난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몇몇 선구자 외에는 거의 연주·녹음되지 않았던 바르토크의 작품들은 20세기 중후반 이후에 태어난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필수 레퍼토리로 인식되었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두 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바르토크의 바이올린을 위한 실내악과 협주곡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 명은 바르토크의 친구이자 탁월한 해석가인 요제프 시게티, 다른 한 명은 예후디 메뉴인이다.

글·박제성(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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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이화윤

국제 브람스 콩쿠르 비올라 부문 최연소 1위

지난해 9월 저 멀리 오스트리아로부터 낭보가 전해왔다. 2010년 9월 5일부터 12일까지 오스트리아의 Po..rtschach에서 열린 국제 브람스 콩쿠르(International Brahms Competition) 비올라 부문에서 한국인 참가자가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유독 한국 음악가들의 우승 소식이 잦은 국제 브람스 콩쿠르이지만 이번 소식은 17회를 맞는 브람스 콩쿠르의 전부문을 통틀어 최연소 입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했다. 그 주인공은 현재 예원학교에 재학중인 이화윤. 보통 참가자들의 평균연령이 20대 중반인 이 콩쿠르에서 이제 겨우 13세의 이화윤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첫 국제 콩쿠르 도전이자 그동안 이렇다 할 국내 콩쿠르 경험도 많지 않던 이화윤에게 브람스 콩쿠르 우승은 더욱 특별했다.

“처음부터 국제 콩쿠르에 나갈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냥 우연한 기회에 CD를 통해 브람스의 비올라 소나타를 들었는데, 너무 아름다운 음악에 반해 브람스에 대해 찾아보던 중 브람스 국제 콩쿠르가 있다는 걸 알고 참가하게 되었어요.”

매년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400여 명의 뮤지션들이 참가하는 국제 브람스 콩쿠르는 피아노·바이올린·비올라·첼로·성악·실내악 부문에서 열리며, 총 3차의 심사를 거쳐 그 우열을 가린다. 기술점수와 예술점수로 평가되는데, 심사위원들이 즉석해서 점수판을 들어 평가를 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빠르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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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통신 | 2010 롱-티보 국제 콩쿠르

 

55년 만에 프랑스인 우승

우승자 소렌 파이다시

올해 롱 티보 콩쿠르의 우승은 솔렌 파이다시(Solenne Paidassi)에게 돌아갔다. 프랑스의 가장 대표적인 콩쿠르인 롱 티보 콩쿠르에서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가 우승을 한 것은 55년 만에 처음이다. 콩쿠르 측은 55년만의 프랑스인 우승의 기쁨을 표현하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다. 

 

글·김동준(재불 음악평론가) | 사진·Jerome Panconi

 

올해 롱 티보 콩쿠르 바이올리 부문은 11월 6일부터 13일까지 파리에서 열렸다. 서류와 음반 심사를 통해서 모두 17명의 예선 참가자를 선정했는데, 그 가운데 한국인 4명이 선정되었다. 예선에서는 참가자들에게 번호를 부여하고, 심사위원들은 연주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심사를 했다. 그렇게 예선을 거쳐서 결선에 오른 마지막 5명에는, 3명의 프랑스인, 1명의 일본인, 1명의 루마니아인이 올랐다. 결국 5명의 바이올리니스트 가운데, 올해는 유일하게 일본의 타츠키 나리타가 아시아인이었다.

올해 롱 티보 콩쿠르의 우승은 솔렌 파이다시(Solenne Paidassi)에게 돌아갔다. 프랑스의 가장 대표적인 콩쿠르인 롱 티보 콩쿠르에서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가 우승을 한 것은 55년 만에 처음이다. 콩쿠르 측은 55년만의 프랑스인 우승의 기쁨을 표현하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다.

파이다시는 결선에서 시벨리우스의 협주곡을 연주했다. 개인적으로는 콩쿠르 측이 파이다시에게 우승을 수여한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결선 진출자 다섯 명 가운데 파이다시가 결코 테크닉적으로나, 음악적으로 가장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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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주자의 음반 | 첼리스트 양성원

 

레코딩, 그 아름다운 매혹

“아이러니하게 완벽을 추구할 땐 이상을 잊을 수 있습니다. 연주란 음악적 이상과 의도를 추구하는 과정이지 음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재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어렵고 힘들지만 그 과정이 없다면 예술은 탄생할 수 없습니다. 그런 추구하는 과정에서 혼이 담긴 작품이 나온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레코딩은 아름다운 매혹입니다.”

전체 흐름을 중시하는 레코딩 방식

최근 첼리스트 양성원이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b단조’와 ‘둠키 트리오’가 커플링된 음반을 DECCA에서 발매했다. 지난 2001년 코다이의 무반주 모음곡으로 첫 음반을 출시한 후 10여 년 만에 낸 여섯 번째 음반이다. 한국 기악 연주자로는 상당히 많은 수의 음반으로, 그가 음반 작업에 대단한 열정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음반에서도 그 열정과 정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협연 오케스트라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다. 드보르작이 이 작품을 자신의 조국 프라하에서 초연할 당시의 오케스트라이고, 녹음 장소인 루돌피눔 드보르작홀도 이 역사적인 순간 함께 했던 공간이다.

“드보르작이 조국에서 자신의 작품을 초연할 때의 그 떨림과 호흡을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드보르작이 느꼈음직한 그 공간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소리, 그리고 첼로가 삼위일체가 되어 하나가 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정말 황홀한 순간이었습니다.”

실제로 중간 부분의 오케스트라 투티에서 들려오는 그 압도적인 음향은 양성원이 느꼈음직한 전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 감동의 물결 속에서 양성원의 강직한 첼로는 음악 속으로 심취해 가며, 마치 실황을 방불케 하는 오케스트라와 첼로의 호흡은 음악적 긴장감을 드라마틱하게 표출하고 있다. 보통 레코딩은 음악적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섹트별로 디테일한 작업을 하기 마련이지만 그로 인해 인공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매된 양성원의 레코딩은 실황과도 같은 공간감과 음악적 생생함이 잘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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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 예중·예고·음대생들의 선호도 조사

음악전공생들은 어떤 작품, 누구를, 어느 학교를 좋아하나

2011년 신년을 맞아, 음악 전공 학생들이 좋아하는 작품 및 국내외 연주자, 그리고 유학가고 싶은 학교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서울지역 예술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 대학교 5곳 총 380여 명을 대상으로 했다. 공연이나 연주자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얻는 것이 가장 많았는데, 중·고생은 음악잡지, 대학생은 학교게시판 등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여 차이를 나타냈다. 설문은 전공별로 했으며 교차 선호(예를 들어 피아노 전공학생이 바이올리니스트를 선호하는 경우)를 허용했다. 그러나 편의를 위해 피아노/ 바이올린 / 첼로, 그리고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이 조사에 응했던 비올라·더블베이스 부문을 한데 묶는다. 이번 조사는 음악계를 비롯한 문화 전반에 대한 변화에 대처하는 음악 전공생들의 의식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선호도 조사이지만 상당히 넓은 선호 분포를 보였기 때문에 순위에 큰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 조사에서는 가급적 순위를 매기지 않고, 이 조사를 통해 나타나는 주요 현상에 대해 분석코자 한다. 설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선호 국내 연주자  

2. 선호 해외 연주자  

3. 하고 싶은 작품(독주 / 협주곡 부문)   

4. 기대되는 젊은 연주자  

5. 유학가고 싶은 학교

바이올린 부문 1위, 정경화

바이올린 전공 부문

1. 바이올린 부문은 지나치게 고른 분포를 보인다. 그런 이유로 몇몇이 확연하게 눈에 띈다. 우선, 정경화·장영주이다. 피아노 부문처럼 세대를 대표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세계적 연주자라는 특징이 그렇고, 연주 스타일에 대한 평가도 피아노 부문과 비슷하다. 줄리아드 음대 교수로 부임한 후 국내 활동 무대가 뜸했던 정경화가 높은 득표를 얻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한 시대를 풍미한 한국의 대표 아티스트라는 이미지는 아직도 유효한 듯하다. 장영주의 높은 득표는 예상된 바이다. 한국의 대표적 ‘신동’으로 화려한 무대 매너와 연주 스타일은 다분히 스타성을 지니고 있다. 그 뒤를 강동석·신현수가 따른다. 신실하면서도 가장 모범이 되는 연주자로 타의 모범이 되는 강동석은 국내 교수급 중견 연주자로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신현수는 아래의 기대주 선정에도 많은 득표를 했다. 순수 국내파의 세계 콩쿠르 우승이라는 타이틀은 상당히 입지전적으로 많은 음악 전공생들에게 희망을 주며,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매너와 외모 등 스타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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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음악회

 

2011, 새해의 노래

빈 소년 합창단 하이든팀의 내한

빈 소년 합창단이 1월에 내한하여 전국에서 희망을 노래할 예정이다. 특히 프로그램이 흥미로운데 중세 교회음악과 오스트리아 민요 외에도 한국민요와 영화음악, 그리고 최신 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노래할 예정이다. J. S. 바흐의 ‘누구든지 하나님을 시인하는 자는 BWV 45’, 안톤 하일러의 ‘소년 합창단 아카펠라를 위한 아베마리아’, 코다이의 ‘슈테판 왕의 찬가’, 슈베르트의 ‘저녁 노을에 D. 799’, 마이클 잭슨의 ‘We Are the World’ 등으로 이루어졌다.

500년 이상의 역사와 황실의 전통을 가진 빈 소년 합창단은 슈베르트와 하이든이 합창 단원으로 활동하였고 모차르트가 지휘를, 베토벤이 반주를 맡았으며, 바그너·리스트·요한 슈트라우스 등이 작품을 헌정했던, 살아있는 클래식 음악의 요람과도 같은 곳이다. 현재 10세에서 14세 사이의 소년 약 100여 명의 합창단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빈 소년 합창단 내에도 네 개의 합창단이 있다. 이들의 이름에는 ‘안톤 브루크너’ ‘요제프 하이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그리고 ‘프란츠 슈베르트’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번에 내한하는 하이든 팀(Haydnchor)은 비엔나·오스트리아·잘츠부르크·독일·슬로바키아·프랑스·헝가리·일본·미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온 25명의 단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케렘 세젠(Kerem Sezen)이 지휘한다.

1월 22일 오후 8시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11년의 비전을 보이는 자리

음악감독 김 민이 이끄는 서울바로크합주단은 후원회원들을 초청하여 신년음악회를 개최한다. 창단 45주년과 해외 초청공연 100회 등을 맞이하여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보냈던 2010년 한 해를 되돌아보고, 2011년 새해를 맞이하는 각오와 다짐, 그리고 비전을 보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프로그램은 레스피기의 ‘Antique dance and Arie(고대 무곡과 아리아)’를 비롯하여 슈만의 ‘Fantasie 환상곡’, 사라사테의 ‘Navarra for 2 Violins’, 생상스의 ‘Havanaise(하바네라)’ 등 아름다운 선율의 근대 낭만주의 음악으로 선곡되었으며, 피날레는 바흐의 ‘Triple Concerto for 3 Violins in d minor, BWV 1043(3중 협주곡)’으로 마친다. 협연자로는 바이올리니스트 자카르 브론·윤소영·에스더 유·홍의연이 나선다.

1월 4일 오후 7시 30분 | 서울바로크챔버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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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Talk |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

 

더 중요한 것을 위해,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

“분명한 건 한 길을 보고 그것에만 집중한다면 반드시,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거예요. 더 급하고,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 다른 걸 포기하고 희생할 수도 있어야 하죠.”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가 본지의 ‘음악전공생의 음악·음악인·유학 선호도 조사’에서 2011년 기대되는 연주자 중 하나로 선정됐다. 2008년 롱-티보 국제 콩쿠르 우승은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의 존재를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으나, 그를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연주자로서 확실히 각인시켜 준 것은 롱-티보 이후 그가 보여준 식지 않는 열정과 노력,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신현수만의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형 스타들만을 상대하는 매니지먼트사 에이백스(Avex)는 이런 신현수의 가능성을 알아차렸고, 지난 11월 신현수와 손잡고 일본에서 음반을 출시했다. 이제 그는 ‘순수 국내파 연주자’라는 식상한 수식어에서 벗어나, 오직 연주로, 그리고 그가 지닌 특유의 스타적 기질로 세계의 이목을 끌어 당기고 있다.

최윤진 | 얼마 전 공식적으로 첫 리사이틀을 가졌는데 어떠셨나요.

아무래도 첫 리사이틀이다 보니 여러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져 주셨어요.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신 것이 그동안 협연은 많이 했는데 리사이틀은 처음이라 떨리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는데요, 사실 저는 작은 연주든, 큰 연주든 꾸준히 무대에 서왔기 때문에 특별히 독주회라서 생기는 부담 같은 건 없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자꾸 그런 질문을 받으니 점점 부담이 되더군요(웃음). 그래도 연주는 잘 끝냈고, 끝나고 홀가분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잠시, 지금은 연말 연주들 때문에 정신없이 지내고 있어요.

고래희 | 국제 콩쿠르의 경험이 많으신데, 국제콩쿠르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어떤가요. 서로 의식하다보면 위축되기도 할 것 같은데요.

위축되진 않아요. 콩쿠르에서 남을 의식한다면 결국 경쟁밖에 안되고,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없죠. 그냥 내 자신을 잘 어필하고 최선을 다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거 같아요.

고래희 | 콩쿠르 나갈 때의 음악과 연주가로서 청중에게 보여주는 음악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스타일의 차이 아닐까요. 콩쿠르에서의 연주는 일단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연주하는 데 집중해야 하죠. 반면, 청중 앞에서의 연주는 연주자와 청중 사이의 호흡과 교감, 즉 나의 연주를 청중에게 얼마나 잘 어필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최윤진 | 연주할 때 징크스는 없나요.

음… 저는 없어요! 징크스라는 것이 그것을 징크스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정말 징크스가 돼버리죠. 그래서 전 없어요(웃음)! 징크스는 아니지만 지난번 롱-티보 콩쿠르에 나가기 전 꿈은 평범하지 않았어요. 원래 이런 꿈을 잘 믿지는 않지만 롱-티보에 나가기 전 큰 뱀과 작은 뱀들이 함께 제 몸을 물어뜯는 꿈을 꿨거든요. 당시에는 몰랐는데, 롱-티보에 우승을 하자 그 꿈이 머릿속을 스치더군요.

고래희 | 한국에서만 공부한 ‘국내파’ 연주자로서 국제콩쿠르 우승이나 연주활동은 많은 전공생들에게 귀감이 됩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음악전공생들이 어떻게 하면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고, 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글쎄요.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분명한 건 한 길을 보고 그것에만 집중한다면 반드시,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거예요. 더 급하고,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 다른 걸 포기하고 희생할 수도 있어야 하죠. 저는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공부했지만, 부족함 없이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콩쿠르나 연주, 페스티벌 등을 통해 얼마든지 외국의 문화와 사람들을 접할 수 있고, 또 요즘에는 유투브와 같은 동영상 사이트가 있어 세계 각국의 영상을 실시간을 접할 수 있으니까요.  

최윤진 | 아, 유투브를 통해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하는 모습을 본 적 있어요. 몰입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더군요. 무대에서는 전혀 긴장되지 않나요.

무대 공포증은 없지만, 저도 다른 연주자들과 마찬가지로 무대에 오르기 직전엔 떨려요. 하지만 약간의 긴장감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무대 위에서 그 긴장감과 설렘을 즐겨야만 청중에게도 지루한 연주가 되지 않으니까요.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

 

고래희 | 예전 한 인터뷰에서 봤어요. 콩쿠르나 연주를 앞두면 밥 먹는 시간만 제외하고는 계속 연습에만 몰두한다던데…

그런 적이 있었어요. 두 달 동안 정말 밥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고 계속 연습만 했었죠. 저도 몰랐는데, 주위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제가 연습을 시작하면 약간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인다고요(웃음). 그 정도로 몰입해서 연습하는 거죠. 하지만 연주 하루 전에는 다른 날보다 더 잘 먹고 잘 자려고 해요. 전 먹는 걸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보기에는 아닌 것 같아도 사실 뼈도 굵고 튼튼해요. 먹는 걸 좋아하는 만큼 활동적이죠.

최윤진 | 그럼 바이올린을 안할 때는 주로 운동을 하시나요.

네, 운동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스노보드·수영, 특히 농구나 야구같이 공을 이용한 운동을 좋아해서 시간 날 때마다 한강이나 공터를 찾아요.

고래희 | 따로 체력 관리하실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연주를 위해 하시는 운동이 있나요. 

수영이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수영을 해왔어요. 저희처럼 어깨를 비롯한 신체를 많이 이용하는 연주자들에게 수영은 정말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수영을 함으로써 어깨에 좋은 영향을 받아요. 수영은 체력소모가 많이 되는 운동인데, 제가 지금 무대 위에서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게 연주할 수 있는 것이 그동안 수영을 통해 다져온 체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고래희 | 슬럼프는 없으셨나요.

슬럼프는 없었던 거 같아요. 정확하게 말하면, 슬럼프를 가질 시간이 없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일 년에 꼭 한 번씩은 국제 콩쿠르에 나갔거든요. 목표가 없을 때 슬럼프가 찾아온다고 해요. 물론 가끔 연습이 잘되지 않거나 하기 싫을 때는 있죠. 그럴 때는 그냥 악기를 넣어둬요. 그리고 제가 바이올린 외에 집중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찾아요. 예를 들어, 저는 헤어나 메이크업, 패션에 관심이 많은데, 그런 쪽에 잠시 집중을 하는 거죠. 영화도 좋아해서 연습하다 밤에 갑자기 모자 눌러쓰고 영화관에 가서 심야영화를 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시 음악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최윤진 | 대중에게 많은 관심을 받을수록 이면에는 외로움도 느낄 것 같아요.

외국에서 연주할 때, 사람들로부터 많은 박수와 호응을 받고 호텔로 돌아와 호텔 문을 닫는 순간, 그때가 가장 외로운 거 같아요. 하지만 전 그 외로움 자체를 즐겨요. 외로움 때문에 우울해진다면 끝도 없이 우울해지지 않을까요.

최윤진 | 김남윤 선생님은 어떤 분인가요.

선생님은 저에게 제2의 엄마 같은 분이에요. 이제는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제 기분이 어떤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까지 알아차리시죠. 호랑이 같이 무섭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전 이것이 선생님의 사랑법이라고 생각해요. 롱-티보에서 우승했을 때가 기억나네요. 수상 후 바로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어요. 정말 펑펑 우시더군요. 당신은 감격에 하염없이 눈물 흘리시면서 타지에서 그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제 옆에 없었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시다며 전화를 끊지 말라고 하셨어요. 결국 그렇게 선생님과 통화를 하며 호텔까지 갔었죠. 

최윤진 | 언니(바이올리니스트 신아라)와 같은 악기를 한다는 게 서로에게 플러스가 되나요, 마이너스가 되나요.

언니와 저는 서로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같은 악기를 하고는 있지만 서로 꿈꾸고 생각하는 길이 다르니까요. 오히려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돼요. 제 음악은 좀 화려한 스타일인 반면 언니는 묵직한 스타일인데, 집에서 함께 연습을 하면서 서로가 보충해야 할 부분에 대해 조언해 주니까요. 

고래희 | 실내악이나 오케스트라 활동 계획도 있으신지요.

저 사실 실내악이나 오케스트라 연주도 합니다(웃음). 솔리스트로서의 인식이 강해서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유럽에서 종종 연주하곤 하는데, 그쪽에서는 오히려 솔로보다 실내악 연주를 더 많이 해요.

최윤진 |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계시는데, 특히 일본에서의 호응은 대단한 걸로 알고 있어요.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네(웃음). 일단 하마사키 아유미와 같은 대형스타가 소속된 매니지먼트사에서 저에게 레코딩 작업을 제안한 것 자체에서 조금 실감이 나요. 최근 아시아를 중심으로 연주가 많이 있어요. 2011년에도 이미 아시아 곳곳에서 연주가 잡힌 상태고요. 아마도 2011년까지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하게 될 것 같습니다.

최윤진 | 교육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으세요.

지금은 연주자로만 살고 싶어요. 제가 누군가를 가르칠 만큼 성숙한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나이가 많이 들어서 제2의 신현수를 키워보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웃음).

고래희 | 신현수 만의 색깔이 담긴 음악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음악은 어떤 음악일지 궁금합니다.

남과는 다른 음악이라고 할까요. 어떤 작품에 대해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갖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가끔은 그 고정관념에 너무 갇혀버리는 것 같아요. 저는 저의 색깔을 입히고 싶어요. 클래식 음악이라고 다 똑같으면 재미없잖아요. 거기에 젊음을 더해 에너지가 넘치는 연주를 하고 싶어요.

고래희 | 이제 새해네요. 2011년도 바쁜 한 해가 되겠지요.

우선 가깝게는 국내에서 여러 오케스트라들과의 신년음악회가 잡혀 있어요. 4월에는 금호아트홀에서 또 한번의 리사이틀을 열 예정이고요. 일본 NHK 투어 연주, 피아니스트 임동혁과의 리사이틀도 계획중이에요.  

글·김지수 기자 | 사진·윤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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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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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음악 전공생들이 좋아하는, 2011 기대주 선정

Talk Talk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와 최윤진·고래희 성신여대 학생

온 스테이지 | 미리엄 프리드 & 조너선 비스

베토벤, 그리고 음악을 구축하다

신년음악회

2011, 새해의 노래

청소년 음악회

음악과 평생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

Preview

라이징 스타 & 유스 오케스트라

윤혜진 바이올린 독주회

윤지용 오보에 독주회

김보령 바이올린 독주회

강운영 귀국 바이올린 독주회

강지원 귀국 바이올린 독주회

박고운 귀국 첼로 독주회

String Stage

서지원 귀국 첼로 독주회

이상효 바이올린 독주회

한지은 플루트 독주회

이호영 바이올린 독주회

김재영 바이올린 독주회

김선영·김성려 두오 연주회

이문경 귀국 바이올린 독주회 

이소진 바이올린 독주회

클랑 트리오 정기연주회

이희승 귀국 바이올린 독주회

곽나영 오보에 독주회

윤보연 귀국 첼로 독주회

안소연 귀국 첼로 독주회

Special Stage

동아음악콩쿠르 50회 기념음악회

제14회 음연 겨울음악축제

푸른 바다, 제주에서 펼쳐지는 한겨울의 꿈

제6회 부산국제음악제

음악으로 만나는 동서양의 화합과 소통

Interview|  이화윤

국제 브람스 콩쿠르 비올라 부문 최연소 1위

이색무대 

 발레+실내악+이야기

한국 연주자의 음반 | 첼리스트 양성원

레코딩, 그 아름다운 매혹

Interview |  스트라드 악기사 사장, 이원필

인체공학적 턱받침 자체 개발, 디자인등록원부 등록

한국의 현대음악 단체 | TIMF 앙상블

현대음악적 관심과 가치에 대해 묻다

Review 

이상회 비올라 독주회

수원시향과 김대진의 ‘The Great 3B Series – 베토벤 2010’

학생들이 알아야 할 ‘음악미학’ 이야기

음악성에 대한 몇 가지 생각 2

현대음악 다가가기 ⑪

현대음악의 인물들 <6> 메시앙

세계의 공연장

루체른 문화회의센터 콘서트홀 (KKL 센터)

흥미로운 실내악 편성 작품 | 클라리넷·바순·호른, 현악 5중주를 위한 8중주

‘슈베르트의 ‘8중주’, 20세기에 다시 빛을 보다

음악과 철학 ③ 아리스토텔레스

참된 여가를 위한 특별한 제안

스트링 지상레슨

바르토크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Sz. 117, 제3·4악장

2011 내한 아티스트 & 단체

월별로 만나는 세계음악의 향연 

신년 기획 | 예중·예고·음대생들의 선호도 조사

음악전공생들은 어떤 작품, 누구를, 어느 학교를 좋아하나

특집-현악 전곡 연주 시리즈 | 바르토크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1. 개요 및 배경

2. 작품 분석

3.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

4. 추천 음반

파리 통신 | 2010 롱-티보 국제 콩쿠르

55년 만에 프랑스인 우승

Recording news

Art Forum

독자마당

연주 캘린더

뉴스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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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클라라 주미 강

 

음악 전공생들이 좋아하는 2011 기대주 선정

신년호를 맞는 본지에서 중·고·대학의 음악 전공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장 기대되는 한국 연주자’ 설문 조사에 2010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우승자인 클라라 주미 강이 당당히 선정됐다. 이런 결과는 세계 명문 콩쿠르 우승이라는 타이틀에서만 비롯됐다고 보긴 힘들다.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외모와 훤칠한 체격의 클라라 강이지만 그렇다고 그 짧은 시간 성적을 낸 그가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한 것도 아니다. 이번 조사의 선정 이유에 ‘연주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본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클라라 강의 연주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하 클라라 강)과 자주(?) 인터뷰를 갖는다. 그가 세계 콩쿠르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근래에만 계속해서 냈기 때문이다. 2009년 봄엔 서울 국제 콩쿠르 우승, 가을에는 하노버 콩쿠르 2위, 그리고 2010년 봄엔 센다이 콩쿠르 우승, 그리고 지난 9월엔 대망의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콩쿠르 우승에 이르기까지…. 목표를 달성하고야 말겠다는 한 예술인의 집념을 직접 보았다고 할까. 음악계 종사자로서 이런 뜻 깊은 광경을 목도한다는 것은 참으로 보람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음에 좋은 결과를 기대하겠습니다”란 말이 립 서비스에 그치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클라라 강의 연주를 처음 접한 것은 서울국제콩쿠르 결선이다. 당시 그의 연주는 시종 음악을 통해 무언가를 얘기하려는 듯한, 강한 어조의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이라는 거대한 작품에서 조차도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남은 듯, 여운이 강했다. 음악을 느끼고, 이야기하는 능력이 탁월한, 소위 이런 연주를 ‘음악적’인 연주가 아닐까 생각하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아티스트라면 누구나 감동을 자아내려 애쓰지만, 관건은 클라라 강처럼 음악이 몸에 배어 자연스럽게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연주자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클라라 강과의 첫 인터뷰 후 그가 조만간 크게 일을 낼 것 같은 어떤 좋은 ‘예감’이 있었다. 그 예감은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 콩쿠르로 일컬어지는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이라는 성과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보람은 콩쿠르 우승이라는 표면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그 예감이 혼자만의 것이 아닌, 누구나 공유하는 부분이라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주 뜻깊은 일이 있었는데, 바로 신년을 맞아 본지에서 중·고·대학의 음악 전공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장 기대되는 한국 연주자’ 설문 조사에 클라라 강이 당당히 선정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비단 외견상으로 보이는 세계 명문 콩쿠르 우승이라는 타이틀에서만 비롯됐다고 보긴 힘들다.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외모와 훤칠한 체격의 클라라 강이지만 그렇다고 그 짧은 시간 성적을 낸 그가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한 것도 아니다. 설문의 선정 이유에 ‘연주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본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클라라 강의 연주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나의 선생님들

 “뱃속에서부터 노래를 들어서인지 악기로 ‘노래하는’ 데는 타고났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연습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닌, 이런 재능은 제 것이 아닌 부모님의 몫이 아닌가 합니다.”

클라라 강은 한국 최초의 바이로이트 오페라 가수인 베이스 강병운(필립 강)과 소프라노 한민희의 4남매 중 셋째로 독일 만하임에서 태어났다. 언니는 피아노를, 오빠는 첼로를 공부했으니(이들 남매는 한때 강트리오로 활동을 했고, 텔덱 레이블에서 베토벤의 트리플 콘체르토를 녹음한 적도 있다), 그야말로 뱃속에서부터 음악적인 환경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아니스트를 시키려는 어머니의 뜻에서 클라라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는 불과 2세 때 피아노를 시작했고, 3세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했다고 한다. 4세 때 그는 만하임 음대 예비학교에서 발레리 그라도프를 사사했고, 5세 때 뤼벡 음대에서 자카르 브론을 사사한다. 그 후 7세에 줄리아드에 입학 도로시 딜레이를 만나게 된다.

“아버님이 오페라하우스를 옮길 때마다 함께 이주를 했었어요.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었지만 바이올린을 공부하면서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라도프 선생님에겐 턱받침을 빼고 연주하는 아주 기초적인 것들을, 그리고 브론 선생님께는 테크닉을 배웠습니다. 5년여를 딜레이 선생님께 배웠는데 정말 많은 레퍼토리를 소화할 수 있었어요. 특히, 바흐부터 근대에 이르는 거의 대부분의 콘체르토를 근 3년 만에 다 섭렵했어요. 어린 시절의 이 같은 철저한 하드 트레이닝이 현재까지도 몸의 감각으로 남아 있어서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당시 딜레이 선생님의 어시스턴트였던 강 효 선생님께도 배웠어요. 짧은 시간 훌륭하신 스승님들께 배울 수 있었던 저는 정말 복이 많다는 생각을 요즘 해봅니다.”

클라라 강의 어린 시절은 확실히 ‘신동’이라 불릴 만한 커리어를 갖고 있다. 그가 신동이라 불리기 시작한 것은 줄리아드 입학 즈음이었던 7세 때였고, 국내에 대대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8세 때 서울바로크합주단과 협연하면서 매스컴을 타는 등 크게 회자되었다. 보통 어린 나이에는 테크닉적인 기예에 치중하기 마련이었지만, 클라라 강은 음악을 느끼면서 연주하는 조숙한 음악소녀였다. 하지만 모든 ‘신동’ 들은 신동이란 호칭을 부담스러워한다. 신동들이 그렇듯 한때 반짝하고 사라지는, 성숙하지 않은 정신에 음악은 곧잘 매너리즘의 수렁에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라라 강이 11세에 연주자로선 치명적인 새끼손가락 부상을 입는다. 닥칠지 모를 정신적 위기 대신 신체적 위기가 닥친 것인데, 그는 보기 좋게 신체적 위기를 극복했다. 인생의 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당시 신동이란 타이틀이 너무 싫었어요. 어쩌면 고비를 못 넘기고 20대 초반에 이미 음악에 싫증냈을지도 모를 일이죠. 상처를 통해 음악의 소중함을 깨닫고 계속해서 대면하는 음악을 어떻게 컨트롤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 것 같아요. 너무 어렸으면 이런 내면의 컨트롤 과정이 미숙했을 겁니다.”

2004년 아버지의 권유로 김남윤 교수에게 배우기 위해 한국에 왔다. 어느 정도 자신의 스타일이 몸에 밴 상태에서 교정을 받는 것은 짐짓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제자를 잘 관리해주면서 그 잠재력을 일깨워 주는 방식의 교수법이 스스로에게 필요하다고 본 것. 김남윤 교수를 만난 것은 결과적으로 최선의 선택이었다. 실제로 스승 김남윤에 대해 물었을 때 한 번도 테크닉이나 스타일 교정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자신을 위해 당신의 연습실을 내어 준 일 등, 어려울 때의 따뜻한 한마디들이 그에게 더 큰 힘이 된 것 같다.

“의지력과 인내심을 배웠어요.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개성을 믿고 밀고 나가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콩쿠르 직전 생각이 많아지면 ‘왜 이리 생각이 많으냐. 그저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하라. 그러면서 배우는 것이다’며 토닥거려 주셨어요. 선생님께서는 내가 언제 빛을 발하고, 또 언제 슬럼프인지를 아셨던 듯해요. 그때그때 자극을 주시기도, 또 내버려 두기도 했었습니다. 선생님과의 7년, 한 선생님께 이토록 오랫동안 배운 적이 없었어요. 그만큼 선생님을 믿고 선생님께서도 절 믿어주셨던 것이죠. 제 생애 잊지 못할 최고의 스승이십니다.”

클라라 강, 그리고 콩쿠르 

클라라 강에게 콩쿠르는 과연 무엇일까. 결과적으로 그는 콩쿠르의 가장 큰 수혜자이다. 그러나 200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그는 세미파이널까지 진출했으나 고배를 마셨고, 2007년 스위스 티보 바르가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다. 가능성이 있는 나쁜 성적이라고 볼 순 없지만, 자존심 강한 한 연주자에겐 나름 상처가 될 수도 있었다.

“콩쿠르의 길이 나에게 맞는 것일까, 방황을 한 적이 있었어요. 예술을 경쟁한다는 것이 서글펐어요. 우승했던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예선 때만도 랜덤으로 진출자를 호명하는데, 참 기분이 나쁘더군요. 그렇지만 연주자에게 콩쿠르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어요. 그리고 콩쿠르를 대하는 방식을 바꾸었어요. 콩쿠르도 나의 연주를 보일 수 있는 하나의 음악회로 인식하고 마음을 비웠습니다. 그 결실이 서울국제콩쿠르 우승으로 나타난 것 같아요.”

서울국제콩쿠르에서부터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까지, 클라라 강은 결선 곡으로 모두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곡했다. 어지간한 커리어가 있지 않다면 이 대곡을 연주할 기회를 좀처럼 잡기 쉽지 않은 터. 그는 콩쿠르를 또 하나의 연주 기회의 장으로 삼았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잘 할 수 있는 작품을 마음껏 노래하고 싶었던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도입부에서 팀파니의 네 음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렸고, 이 곡을 듣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았어요. 이런 각별한 곡을 콩쿠르에서 비로소 처음 연주할 수 있었어요. 공짜로 베토벤을 연주할 수 있잖아요? 콩쿠르의 목적도 연주를 하기 위해서였기에 저는 가장 행복한 상태에서 연주에 임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좋은 결실을 얻었던 것 같아요.”

그의 베토벤은 어디까지나 개성이 넘치는 것이었다. 반복구가 많기로 유명한 40여 분의 대곡을 그는 느린 템포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곡의 집중도와 윤곽을 훌륭히 살려냈다. 그는 하노버 콩쿠르에서는 더 느린 템포를 선택했고, 센다이 콩쿠르에 참가한 것도 지정곡이 베토벤 협주곡이었기 때문이다.

“인디애나 콩쿠르에서 작품을 교체할까 고민도 했지만, 많은 연주 일정으로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가장 좋아하고 자신감이 붙은 작품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좋은 선택이 되었던 것 같아요.”

클라라 강은 일전 인터뷰에서 이제 자신의 콩쿠르 도전은 끝났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에게 시련을 주기도 했던 콩쿠르였지만 그 도전의 고초와 애환을 잘 알기에 정상에 올랐을 때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어렸을 적 불의의 사고가 전화위복이 됐듯, 콩쿠르를 경연이 아닌 음악을 하는 행복으로 삼았을 때 그는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2010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다. 내로라하는 세계 콩쿠르들에서 입상 경력이 있는 국내외의 입상자들은 모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쟁쟁한 경쟁자들이 예선에서 대거 탈락하는 이변이 있었다.

“요즘 참가자들은 테크닉이 부족한 연주자가 없어요. 제 얘기라 그렇지만 내추럴한 플레잉, 음악이 몸에 밴, 그러니까 얼마나 음악을 즐기며 사랑하는지를 평가한 것 같아요. 결국 1위를 하지 못해 콩쿠라는 방식이 못마땅해 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아무튼 이제 콩쿠르와 타협 했다고 할까요?” 

새로운 도전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 콩쿠르에 도전했던, 그래서 그만큼 음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클라라 강. 이제 그에게 너무나 많은 기회들이 놓여 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매니지먼트 계약을 했으며, 유럽·미국의 매니지먼트사와도 타진중이다. 그는 올해 대대적인 미국 투어를 하며 다음해 카네기홀 데뷔 무대를 갖는다. 유명 레이블에서 음반 작업도 하고 5월에는 호암아트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이제 본격적인 프로무대에 뛰어든 것이다. 또 하나의 좋은 예감을 가져본다. 클라라 강, 그가 콩쿠르에서 베토벤을 하고자 했던 그 간절한 마음만을 잊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또 하나의 큼지막한 소식을 전해올까 싶다. 

“많은 연주 타진이 들어옵니다. 가급적 아무리 작은 연주회라도 최고의 음악을 선보이고 싶지만 쉽지 않아요. 이제는 적당히 거절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어떤 연주회를 하든 습관처럼 하지 않기 위해서 동일한 레퍼토리는 가급적 피합니다. 수많은 무대를 소화하고 있는 대가들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런 스트레스를 견디고 이겨내는 것이 이제는 중요한 것 같아요.”

글·이웅규 기자 | 사진·강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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